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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음악으로 더 멀리 더 깊이, 한 발자국 나아가기

서울사이버대학교 2024. 5. 29. 13:10

 

문화예술치유 기획형 프로그램 ‘음악의 숲에서 힐링을 만나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 누군가는 혼자 끙끙 앓으며 방법을 고심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고민의 갈림길 끝에서 예술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다. 문화예술치유 기획형 프로그램은 온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일상적 우울감, 상실감 등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그중 1인 가구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서울사이버대학교 음악치료학과 여정윤 교수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올해 진행하는 ‘음악의 숲에서 힐링을 만나다’는 짧은 단 회차 프로그램이지만 단기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 시작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정윤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치고 힘든 온 국민을 대상으로 회복과 치유를 담은 영상을 기획하던 과정에서 이전에 강원도 산속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풀벌레 소리를 들었을 때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경험했던 기억을 담아 자연과 일상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영상을 제작하였다. 그때의 시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2023년에는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실내에 최대한 구현하여 ‘오감 뮤직 힐링 : 음악으로 토닥토닥, 휴(休)~’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년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올해는 프로그램 전체를 북서울꿈의숲에서 진행하며 자연의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장소적 요소로만 자연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안에서도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하여 내추럴한 음색과 함께 자연이 가진 소리 자원을 이용한다.

요즘은 모든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듣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 안에서는 반대로 기계를 통하지 않는 음악과 소리를 사용해 보려고 노력해요. 진행할 때도 마이크보다는 저의 목소리 그대로 전달을 하려고 하고요. 기계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볼륨을 마음대로 줄이거나 키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 같아요. 
– 여정윤 서울사이버대학교 음악치료학과 교수

음악과 음악치료사, 둘의 협업 과정

어떤 음악을 선택할 것이냐는 음악치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치료에서는 치료사가 둘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나는 음악치료사고, 하나는 음악이다. 그렇기에 음악치료 안에서 참여자는 치료사와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하지만 음악과 교류하기도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의 ‘쉼’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정보 값이 너무 많은 음악보다는 미니멀하고 단선적인 악기를 사용하여 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한 가지 소리에 따라가며 몰입할 때 발생하는 치유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상에 따라 악기가 많고, 음색이 풍부한 음악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내면의 어떤 결핍이 있거나, 불안함이 있는 대상자에게는 관현악곡처럼 하모니적으로 풍성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충족감을 채워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좋은 ‘컨테이너’로서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테이너라는 것은 그 크기에 따라 많은 것을 담을 수도 있고, 뱉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치유 과정에서 쏟아내는 것들을 안정적으로 잘 담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공간과 음악과 관계 맺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대상은 홀로 사는 20~40대의 청년층이다. 청년들은 유아, 노인 등 다른 대상과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로그램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여자로 하여금 이곳이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은 낯선 공간에서 이뤄지는 타인과의 만남이기도 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존재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유가 아닌 또 다른 트라우마로 경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물리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사람은 내가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안전함을 판단하는 성향이 있어 야외 공간이지만 참여자의 움직임이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숲속 우거진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낙엽이 만들어준 포근한 바닥 위에 참여자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빈백이 준비되어 있다. 천천히 진행되는 단선율적인 음악과 함께 참여자들은 공간을 탐색하는 시간을 먼저 갖고, 자신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이것이 ‘음악의 숲에서 힐링을 만나다’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방식이다.

심리치료나 예술치료에서는 치료사들이 내담자에게 무언가 하도록 요청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필요한 것을 치료사가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자신이 발견하는 거예요. 나에게 어떤 자세가 편한지, 어떤 장소가 편한지, 혹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이 필요한지, 거슬리는 소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자기를 돌보는 과정의 시작이죠.

공간과 자기 탐색이 끝난 후 참여자들은 악기를 접하게 된다. 이때 청각적인 감각만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 같지만 사실 청각을 중심으로 오감이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악기가 내는 소리뿐만 아니라 악기를 집었을 때의 촉감, 무게감 같은 것들도 악기를 선택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공간 안에 존재하는 여러 냄새, 소리와 같이 나에게 느껴지는 여러 감각을 하나씩 깨워보며 악기를 선택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악기 선택이 끝나면 참여자들은 두 개의 코드가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며 자신만의 소리를 하나씩 내기 시작한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재울 때 토닥토닥 흔드는 것처럼 일정하게 반복되는 코드는 음악 구조적으로 단단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며 참여자들의 소리를 포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참여자가 어떤 리듬을 연주하고, 음을 내던 틀린 것은 없다. 이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소리는 무엇이든 음악’이 될 수 있기에 참여자들은 충분히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악기의 힘을 빌려 소리 내보며 자신의 소리에 몰입하기도 하고, 때론 내 옆의 사람이 연주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맞춰가기도 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3시간이라는 점이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충분히 몰입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너무 멀리 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음악치료사와 음악치료사가 제공하는 음악들은 마치 풍선에 매달려 있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만약 우리에게 오늘 돌아갈 집이 없다면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항상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 알면 우리는 매우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참여자들에게 3시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마지막에 ‘안전한 착륙’이 돼야 해요.

그렇다면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착륙했다’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여정윤 교수는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고 느끼는 감각, 즉 ‘현존감’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안에서 감각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내가 느끼는 촉감, 온도,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현존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존감이라는 것, 지금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감각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작은 스크린을 통해 손쉽게 과거로, 미래로 이동하며 물리적 감각을 잊은 채로 내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공간을 망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경험에 라벨링을 하는 작업도 ‘안전한 착륙’을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오늘의 경험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든가, 색깔과 이미지 등으로 표현해 보며 각인하는 과정은 하나의 의미화된 경험으로서 이 시간을 기억해 보고, 이렇게 ‘완결된 경험’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자원으로 남게 된다.

 

음악만이 갖고 있는 힘

사실 이 프로그램은 그에게도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평일 오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층 참여자들이 일정을 맞추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이 기회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예술에 기대어 쉼을 찾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 자신을 돌보고 치유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현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음악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비언어적 표현에 가깝다고 느껴졌기에 음악만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은 내가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수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흔히 ‘문제아’라고 불리는 청소년을 만날 때가 있어요. 들어오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엎드리는 아이가 대다수죠. 하지만 그 친구들이 공간 안에 채워지는 음악, 진동까지 막을 수는 없거든요. 결국 적극적인 소통이 아니어도 음악과는 어떤 교류를 하게 되죠. 음악은 즉각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거든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음악에 빚져 왔던 많은 시간이 떠올랐다. 하루에 지쳐 있을 때 누군가의 음성과 멜로디를 들으며 다시 힘내 보던 순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 음악이 채워 주던 밤들이 모두 모여 지금까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예술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갖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이 갖고 있는 치유와 회복의 힘을 빌려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해본다.

[출처 - arte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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