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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월 장미대선과 문화예술인의 꿈

서울사이버대학교 2017. 4. 26. 12:30

장미대선과 문화예술인들의 꿈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이의신 학과장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문화예술계의 분노와 대립,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유주의ㆍ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예술인들이 보수 정치인들과 불화를 겪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반 트럼프' 의 모습들은 심상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소프트파워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 공화당 정권과 마찬가지로 예산 절감과 방만 경영을 근절하기 위해 이 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진보 우위인 문화계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기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미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60일 이전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 주도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풍성한 공연과 축제가 열리는 봄철 문화예술계는 많은 인파를 찾아 정치인의 발길이 잇따를 수도 있다. 또한 시민에게 나눠줄 기념품과 음식도 구설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엄격한 선거법이 대중이 모이는 행사 개최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문화단체들이 계획된 행사를 일일이 점검하고 선관위에 문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의 노동자성 인정하고 복지와 생활 보장해야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하나 같이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꼽는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천명하며, 지원은 늘리면서도 문화인들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팔길이 원칙'은 거듭 확인되고 되새겨도 과하지 않을 목표이자 방향성이며,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쑥대밭이 된 문화계를 위해서는 원칙 있는 문화 정책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 분야는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이미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예컨대 문화 예술인들에게 제대로 된 소득과 사회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하는 등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있으나, 많은 수의 예술 노동자가 법 테두리 바깥에 있으며, 예술인복지재단 또한 부족한 재원과 선정의 어려움으로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복지와 생활을 보장할 수 있게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대중문화 분야도 시장은 크지만 스타 시스템 분배 구조로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무명이거나 스태프들은 가난을 면하기 어렵다. 좁은 시장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활동하다보니 출혈경쟁이 이루어지고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낮은 단가에도 활동할 수밖에 없다. 구두계약 관행과 표준인건비 기준 부재 등 제도적 한계 또한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46년 만에 장미꽃이 만개하는 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장미대선'이라는 감성적 조어가 만들어졌다. 장미, 그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 감추고 있는 유혹과 고통의 상징, 가시를 품고 있는 장미는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예술가에게 운명처럼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은 따라다닌다. 가난일 수도, 병일 수도 있고, 고독일 수도 있다. 그러한 참혹한 시련을 견디어 내고 예술의 꽃을 활짝 피운 위대한 예술가들. 그들의 가시는 남을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호하려는 것이다.

 

'정권 교체만 되면 꽃길만 걷게 해줄 것' 이라고 믿는가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자학 끝에 시들어 버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는 현실에서 예술가들이 아무 걱정 없이 예술의 꽃을 더욱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그들의 '환경'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장미 대선 5월. 지도자를 만드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다. 설마 '정권 교체만 되면 꽃길만 걷게 해줄 것' 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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